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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12화

2026. 7. 17

마음에 다정해지세요, 마음 돌봄 뉴스레터 ‘터치유’의 손성원 기자

손성원한국일보 기자
2026. 7. 17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 마음 돌봄 뉴스레터 ‘터치유’의 탄생 비화
  • 일상이 괜찮지 않다면? 틈틈이 마음 건강을 회복하는 작은 습관들
  • 마음 건강을 다루는 콘텐츠가 세상에 던진 화두

해야 하는 일, 해내야 하는 일을 좇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의 안부를 묻지 못할 때가 많다. 수많은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지워내다 어느 순간 일상이 더 이상 즐겁지 않거나 쉽사리 해내던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는 그 순간에 주목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번아웃을 경험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마음이 괜찮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에 마음을 기댈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2022년 2월 탄생한 마음 돌봄 뉴스레터 ‘터치유’다.

지금은 마음 건강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이를 꾸준히 다루는 언론사는 드물었다. ‘터치유’는 ‘평범한 이웃의 비범한 고민 속, 치유하는 터전’이라는 모토 아래 거창한 처방보다 일상 속 작은 감정들에 귀를 기울였다. 전화기 앞에서 한참을 망설인 경험, 약속 후 집에 돌아와 이불 킥을 한 밤,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는 겨울날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넸다.

변화는 언제나 작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문제로 여겼던 마음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터전을 다져온 ‘터치유’지기 손성원 기자를 만났다.

ALT =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

마음이 건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Q

마음을 돌보는 데 월급을 탕진하다시피 했다고요.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 돌봄을 실천해왔는데, 그중 특히 도움이 된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도움이 되었고, 그래서 추천하는 활동은 ‘감사 일기 쓰기’예요. 힘들 때는 부정적인 생각이 우리를 훨씬 크게 사로잡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 의식적으로 감사한 것, 긍정적인 것, 기쁜 것을 기록하면서 긍정적인 자원을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정말 내 삶에 주어진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느껴질 때 힘든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몸을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정적인 요가도 좋고, 동적인 웨이트트레이닝도 좋아요. 잡념이 사라지고 오롯이 신체적 감각에 집중하게 되면서 잠시나마 상황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Q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여정에서 시작해 마음 돌봄 뉴스레터 ‘터치유’까지 론칭했는데, 그 시작이 궁금해요.

2021년 하반기에 한국일보에서 독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사내 공모전 ‘유니콘 프로젝트(Your Needs & Contents)’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개인적으로도 마음 돌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2016년부터 시작한 한국일보의 <오은영의 화해> 시리즈가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죠. 페이지 뷰도 늘 잘 나왔고요.

당시는 팬데믹 종료 직전으로, 언론에서도 ‘팬데믹 블루’를 많이 다루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마음 돌봄 분야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해 공모에 지원했고, 운 좋게 당선되면서 ‘터치유’를 론칭하게 됐어요. 흥미로웠던 점은 '터치유'를 선보인 이후 다른 언론사들도 마음 돌봄 관련 코너나 뉴스레터를 잇달아 선보였다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방향을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ALT = 음악을 들으며 감사 일기를 쓰고 있는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
좋아하는 차를 마시고 감사 일기를 쓰며 일상에서 마음의 균형을 찾는 손성원 기자.

나와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다

Q

당시 마음 돌봄을 독립적 콘텐츠로 다루는 것은 다소 새로운 시도였을 것 같아요. ‘터치유’를 선보인 뒤 내부와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4년 전 ‘터치유’를 처음 만들었을 때 예상외였던 건 회사 윗분들의 반응이었어요. 좋은 주제를 선정했다며 칭찬해주셔서 놀랐어요. 보통 생활 밀착형이나 연성형 주제는 언론사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마음 돌봄이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니까요. 먼저 취재 아이템을 제안해준 부서장도 많았고,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호응해주셔서 감사했어요.

ALT = 노트북 화면에 보이는 터치유 뉴스레터를 확인 중인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
텍스트 기사에서 나아가 ‘에코 라디오’, ‘치유 레시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마음 돌봄의 문턱을 낮추는 데 힘써온 손성원 기자.
Q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발행하는 일은 결국 사람들의 일상을 꾸준히 관찰하는 일이기도 할 텐데요. ‘터치유’의 주제는 주로 어디에서 발견했나요?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고민이나 대화, 그리고 그때그때 시의성 있는 주제에서 아이템을 얻었어요. 예를 들어 ‘콜 포비아(call phobia; 전화로 음성 통화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증세)’는 주변 20대 대학생 친구와 대화하다가, ‘펫 로스 증후군(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느끼는 심한 슬픔, 우울감, 상실감, 불안감 등의 증상)’은 회사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 발견하는 식이죠. 도파민 중독은 숏폼이 막 유행하던 시기에 생각해냈어요. 분노는 이상 동기 범죄가 사회적 논란이 되던 때에 다뤄야겠다고 마음먹었고요. 이런 식으로 일상의 작은 것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터치유’의 아이템을 발굴했어요.

Q

전화기 앞에서 머뭇거린다거나 겨울이면 무기력해지는 등 거창한 처방보다 작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정책이나 사회 이슈 같은 거대 담론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논의예요. 하지만 생활 밀착형 이야기가 훨씬 더 독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듯해요. SNS는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독자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쉽고요. ‘터치유’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마음을 어떻게 돌보고 다루며 살아가는지’에 관한 가이드를 제공하다 보니 독자들도 부담 없이 편하게 읽으며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마음 건강을 다루는 콘텐츠는 어떤 이야기를 다루느냐만큼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콘텐츠의 톤 & 매너나 언어 사용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나요?

기사나 뉴스레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상화하거나 타자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군가의 경험을 하나의 ‘콘텐츠거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무엇보다 취재원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신중한 편이에요. 예를 들어 ‘치료’라는 단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요. 치료는 자칫 병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될 수 있거든요. 대신 ‘치유’라는 단어를 사용하죠. 독자들이 보다 따뜻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에요.

Q

‘터치유’를 발행하며 새롭게 발견하거나 깨달은 점이 있나요?

의외로 경찰관이나 군인들로부터 피드백을 많이 받아요. ‘남을 돕는 사람들의 번아웃에 대해 다뤄주세요’, ‘상담사들의 번아웃도 이야기해주세요’ 같은 의견을 주시곤 하죠. 그런 목소리를 들으면서 누군가를 돌보고 돕는 사람들 역시 마음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어요. 사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거든요.

한편으로는 20~40대 여성 독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지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우리 사회가 청년과 여성에게 유독 ‘이래야 한다’는 당위적인 잣대를 들이밀 때가 많다고 평소 느껴요. 남들의 속도에 맞춰야 하고, 정해진 삶의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살아가는 분이 많더라고요.

‘터치유’를 운영하며 더욱 가까이에서 듣게 된 여러 독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ALT = 터치유 레터에 대한 내용이 쓰인 보드 앞에 서 있는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
Q

온라인과 출판업계에서는 ‘다정함’을 다룬 콘텐츠가 오랫동안 화두가 되고 있어요. 이 현상이 오늘날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나요?

요즘은 생존 경쟁이 심해지고 SNS를 통한 비교 의식도 강해지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여유를 잃어가는 것을 느껴요. 나만 소외될까 봐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뜻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도 점점 심해지고 있고요. 저는 다정함이 단순한 친절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정하려면 사실 내 안에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거든요. 의식적으로 다정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여유를 잃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또 내가 남에게 더 내줄수록 사실은 자기 자신이 얻는 게 더 많은데, 불안한 상태에 있다 보면 그 사실을 종종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다정함이라는 가치에 더 끌리는 이유는 경쟁과 불안 속에서 잃어버린 여유를 다시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Q

요즘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위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너무 획일적인 기준이 강하거든요. ‘터치유’는 솔직한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많이 전해왔는데, 그래서 독자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4년 동안 ‘터치유’를 발행하며 느낀 건 자신의 취약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사회가 주입하는 특정한 모습이 아니라 못난 나, 빠르지 못한 나여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ALT = 손성원 기자가 명상을 하거나 마음을 돌볼 때 쓰는 싱잉볼과 책.

마음 돌봄을 통해 다음 챕터로 나아가기

Q

‘터치유’와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뿌듯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남을 것 같아요.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기자님의 내면에는 어떤 변화가 가장 크게 남았나요?

비슷한 자극을 받아도 예전과 같은 반응을 하지 않을 때 변화를 체감해요. 어떤 상황에 휩쓸리기보다 ‘그러려니’ 하고 흘려보낼 수 있게 됐고, 그 에너지를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데 쓰게 됐죠. 또 예전에는 나 자신에게만 시선이 머물렀다면, 이제는 자신보다도 ‘나의 삶’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고 느끼죠.

Q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더 지치고 바빠진 것 같기도 해요. 이런 시대에 ‘터치유’가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나요?

갈수록 ‘웰니스’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만큼 이제는 마음 건강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사실 주요 레거시 미디어에서 이렇게 마음 건강을 꾸준하고 집중적으로 다룬 사례가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터치유’는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볍고 유쾌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마음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왔다고 생각해요. ‘터치유’를 만들면서 내가 성장했던 것처럼 독자들도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늘 품었는데요. 4년간의 여정을 지켜봐주셔서 감사드리고,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지금처럼 잘 챙겨가면서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Q

한때 마음 돌봄을 덕질하며 스스로에게 ‘에코’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죠. 4년의 시간을 지나온 지금,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자연’, ‘생태’를 의미하는 접두사인 ‘에코(eco)’에서 따온 말이에요. 지속 가능하고 무해한 삶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았죠. 이제는 에코보다 제 이름 석 자 그대로 가고 싶어요. 이전에는 기자와 기자 외의 ‘나’라는 페르소나를 구분해서 생활했거든요. 일적인 부담을 덜고, 일 밖에서의 해방감을 가져다준다는 장점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굳이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일적인 페르소나와 일 외적인 페르소나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게 됐으니까요.

ALT = 싱잉볼을 들고 창가에 앉아 있는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
Q

단단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평소 실천하는 작은 습관이나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도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마음이 고장 났다고 느껴질 때 제가 자주 사용하는 도구는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오감을 사용해 천천히 마시는 커피나 차, 두 번째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세 번째는 감정 일기나 감사 일기를 쓰는 노트입니다. 거창한 방법이라기보다 바쁜 하루 중에도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들이죠.

Q

마지막으로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누구에게나 마음 돌봄이 필요한 시기가 있어요. 지금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세상은 다정하고, 우리는 그 다정함 덕분에 살아가니까요.

Interviewee한국일보 기자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이자 ‘터치유’지기. ‘기자는 냉정해야 한다’는 편견 속에서 섬세함과 따스함을 무기로 살아간다. 월급을 탈탈 털어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여정을 시작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 돌봄 뉴스레터 ‘터치유’를 론칭해 타인의 마음에도 다정한 안부를 건네왔다. 저서로는 스스로의 마음 돌봄 여정을 담은 <마음이 고장 났어도 고치면 그만이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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